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캠핑은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캠핑을 따라갔지만 캠핑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캠핑보다는 리조트나 콘도를 선호하고 혼자 여행할 때는 모텔급이라도 호텔을 선호한다.
같은 대학교 졸업생인 친한 동생이 캠핑을 가겠다고 해서 남의 캠핑을 밥 한숟가락 들고 갔는데 어느새 캠핑을 다녀온지 30년이 다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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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치악산 구룡 자동차캠프까지 약 120km 1시간 30분 거리라 어렵지 않았고 일요일 오후 출발이라 교통 체증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비교적 여유 시간이 있어서 일요일과 월요일에 1박 2일 캠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 1시에 집을 나섰는데 성남 IC에서 사고가 나서 맥주를 사러 마트에 들른 시간을 포함해 오후 3시에 도착했다.
캠퍼인 친한 동생은 토요일부터 친구들과 캠핑을 갔는데, 치악산 등산을 좋아해서 1박을 연장해주었다.
주차 부스에서 예약번호로 전화를 걸어 한 대 추가 주차비 4000원을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일요일 오후라 주차공간이 넉넉한 자동차캠핑장이지만 주차는 지정된 공간에 하셔야 합니다.
Valley View라고도 알려진 Number 67에 좋은 위치를 예약했습니다.
야영장에 도착해 형의 차와 텐트 옆에 차를 세우고 형이 부르지 않고 올 때까지 처음 가본 치악산 구룡의 야영장을 둘러보았다.
치악산 구룡자동차캠핑장은 카라반식 글램핑장으로 운영되며 하부는 화장실을 갖춘 캠핑장이다.
저처럼 캠핑을 자주 가지 않는 사람은 카라반이나 글램핑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캠핑장 중간에 있는 화장실은 관리가 잘 되어있고 깨끗하고 따뜻해서 국립공원 캠핑장인지도 모르겠다.
밤에는 우리 텐트보다 따뜻합니다.
화장실에 있는 야영용 침대에서 자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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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뒤편에는 겨울철에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식수대와 싱크대가 있습니다.
히터도 켜져있어서 따듯하고 뜨거운 물도 잘나와서 겨울에도 설겆이하는데 문제없습니다.
식수대와 야외 샤워실도 있지만 동절기에는 동파 우려로 운영하지 않는다.
ㅠㅠ
우리 텐트 뒤 계곡물은 흐렸지만 영하의 기온에도 얼지 않고 흘렀다.
말은 계곡뷰지만 그렇다고 뛰어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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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치악산 구룡 자동차캠프를 구경하던 중 친한 동생이 뒤늦게 씻고 나와 함께 텐트로 갔다.
캠핑을 한지 수십년이 흘렀지만 요즘은 텐트가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쓰기에는 꽤 넓고 아늑했지만 캠핑용으로 미니 가스레인지도 켜져 있어서 춥고 아늑하지 않았습니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아름다웠던 텐트 천장의 윗부분을 환기시키기 위해 열어둘 수도 있습니다.
이번 캠핑 준비는 거의 다 빡빡한 형이 했다.
커피와 술은 제가 준비했습니다.
스타레소라는 휴대용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데 동생이 아마존에서 샀다.
몇 년째 열어보지 않고 집에 몇 달째 방치되어 있던 물건을 사용하려고 추석 때 가져왔는데 이번 캠핑에서 처음 사용해봤다.
스타레소는 갈아놓은 원두와 네스프레소 캡슐을 넣어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어 최근 출시된 카누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을 구매해 이번 캠핑에서 처음 마셔봤다.
스타레소는 끓인 물을 넣고 10번 이상 펌핑해 추출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캠핑장에서 편안하게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처음 먹어본 카누 벨벳 미디엄 로스트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은 중남미 커피를 블렌딩한 제품이라 부드럽고 바디감이 좋습니다.
호불호가 거의 없는 대중적인 커피맛이었다.
스타레소 휴대용 에스프레소 머신에 대한 자세한 리뷰는 제 커피 블로그에 좀 더 자세하게 실렸습니다.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도 추출하는 휴대용 에스프레소 머신 스타레소 리뷰 (feat. 카누 커피 캡슐 리뷰) (tistory.com)
한동안 치악산에 커피를 마시며 산행을 하려고 했는데 추워서 포기하고 일찍 술을 마시며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전날 친한 동생 손님들이 남기고 간 맥주가 테라 싱글몰트 크리스마스 에디션이라 먹어봤는데 이름값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
간식으로 먹던 곰표튀김이 접시에 뚝뚝 떨어지며 해가 지기 시작했다.
모닥불을 피우고 식탁을 차리는 동안 준비한 술을 꺼냈다.
이번 캠핑 소주는 배상면주로 슬로빌리지21 전통소주를 만들어 봤습니다.
슬로우빌리지21 전통소주도 부드럽고 달달해서 맛있습니다.
같이 고기를 사기로 했는데 내가 도착하기 전에 형이 캠핑 친구들을 보내서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삼겹살을 사왔다.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하며 고기를 많이 잘라온 사람으로서 맛있는 삼겹살을 사왔습니다.
역시 술은 캠핑의 꽃이라 캠핑용 소주 한 잔에 부어 구워 마셨다.
밥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처럼 고기만 먹기가 아쉬워 불판을 바꿔 매콤한 오돌뼈볶음밥과 즉석밥을 만들었다.
아직 추운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캠핑을 하다 보니 불을 피워야 한다며 동생이 준비한 장작으로 불을 피운다.
날씨는 추웠지만 잠시나마 모닥불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텐트에 들어가 준비한 장작도 다 태우지 않고 2차전을 시작했습니다.
역시 캠핑의 꽃은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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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준비한 맥주와 안주를 들고 밤늦게까지 걸었다.
두 번째 메인 코스는 프렌치 소세지였는데, 프랑스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소세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체적으로 질기지만 썰어서 먹으면 쫀득쫀득 육포맛이 나서 술 안주로도 좋습니다.
수십년 만에 캠핑은 처음이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캠핑장이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취침을 시작한다.
일요일이라 캠핑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대부분 잠을 청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잠시 화장실에 가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가 침대와 침낭을 차려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겨울이라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따뜻해서 하룻밤 자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잠자리에 들어 알람을 맞춰놓고 다음날 아침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아침에 일어나 형이 차려준 백암 순대 순대국으로 숙취를 앓았다.
이틀전에 포장했는데도 쿨러에 잘 보관되어 있어서 요리해서 먹어보니 맛집 못지않은 맛이었습니다.
파머스 백안순대는 나중에 서울에 가서 먹어볼 예정인 맛이다.
아침 식사 후 커피는 내 몫이라 준비한 하소로 커피 스페셜티 커피 드립백을 꺼냈다.
하소로커피는 제주에서 2년동안 다니던 단골커피집이자 단골커피집이라 서울에 와서도 원두와 드립백을 주문해서 즐겨먹는다.
작년 2022년 9월 추석 때 주문해서 아껴서 마시고 있는데 봉투를 열어보니 거의 6개월이 지났는데도 상큼한 커피향이 기분을 좋게 하네요.
하소로 커피의 오너에 따르면 생산 설비와 포장 기술에 투자해 더 오래 보관하고 즐길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한다.
캠핑장에서 아침을 시작하는 커피는 에티오피아 내추럴과 과테말라 스페셜티 커피다.
역시나 믿고 마실 수 있는 맛있는 하소 커피인데 드립백이 들어있어서 캠핑의 안락함 속에서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수다를 떨다가 정리를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수십년만에 캠핑을 했고 치악산 구룡 자동차캠핑장이 첫 자동차캠핑장인데 요즘은 캠핑장에서 전기도 공급이 되어서 ev6의 v2l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
주변 청소를 마치고 조금 늦은 11시가 되어 아쉽게도 치악산 구룡 자동차캠프를 빠져나왔습니다.
다음에 또 이곳에서 캠핑을 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캠핑을 하게 되더라도 카라반이나 글램핑장을 이용할 것 같아요. ^^;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가기 전에 함께 캠핑을 하던 형과 점심을 먹었다.
원래는 다른 메뉴를 선택했는데 월요일은 휴무라서 근처 다른 식당에 네덜란드식 꿩만두를 찾으러 갔습니다.
식당 근처에 6.25 네덜란드 전쟁 참전 기념관과 공원이 있어서 식당 이름이 네덜란드 꿩만두인 줄 알았는데 물어보진 않았어요.
꿩만두는 몇 번 먹어봤는데 맛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기억이 안나네요.
여기서 꿩만두와 꿩만두국, 칼국수를 주문했는데 꿩만두가 먼저 나왔다.
꿩만두는 생각보다 기름기가 많지는 않은데 한 입 베어물면 굉장히 담백하고 담백하다.
만두는 안에 두부를 채운 수제 만두 맛이 나지만 꿩의 맛이나 냄새는 없습니다.
맛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냥 심심한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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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것이 다 나와서 한입 먹고 꿩만두국을 먹었는데 예상대로 심심했다.
하지만 강원도 감자떡처럼 투명하고 독특한 식감을 가지고 있었다.
제가 주문한 칼국수도 싱거워서 국물에 들기름이 살짝 느껴졌어요.
칼국수의 면발은 굉장히 가늘지만 동남아 쌀국수의 넓은 면발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네덜란드 꿩 만두는 심심해서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맛은 좋아합니다.
단골이 있나 보려고 우리가 식사를 하고 있는 사이 또 다른 테이블에서 메뉴판에 없는 칼만두국을 시켜 먹은 적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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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형과 나는 각자의 집으로 갔다.
떠나기 전에 식당 바로 옆에 있는 안흥 찐빵집을 찾아서 부모님 드리려고 안흥 찐빵을 주문했습니다.
안흥빵은 팥이 통째로 들어있는줄알았는데 여기는 안흥빵에 단팥을 넣고 반반씩 섞어서 포장해서 팔더라구요.
캠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지 거의 일주일 만에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안흥빵 찐빵을 먹었다.
팥이 통째로 가는 곳마다 팥만이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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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만두는 팥 말고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데 살짝 쫄깃한 식감이 특징?
예전에 먹었던 안흥빵 찐빵은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안나네요.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캠핑을 갔는데 프로캠퍼인 형 덕분에 준비할 것도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쉽게도 그 지역을 돌아다니지 않고 먹고 마시고 잤지만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보낸 날은 괜찮았다.
코로나19 때문에 국내도 해외도 다 못 다니는데 작년 여행도 이번 캠핑도 모두 강원도다.
제주에서 2년 살다가 강원도에 도착하면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네요.
다음 여행을 위해 부지런히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1년 후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가끔 가까운 국내 여행을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