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에는 짙은 노을이 점재하고 있었다.
끝의 첨탑 옆을 붉고 검은 지붕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내가 늘 보는 회색 아파트와 높은 빌딩이 보이지 않았다.
형형색색의 지붕이 덮인 유보리색 벽의 낮은 집들이 전부였다.
물을 머금은 지붕이 반들거렸다.
테라스에서 흠뻑 젖은 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왔다.
기대했던 사우나에 들어갈 시간이다.
쌓아 놓은 돌을 데우고 양동이에 물을 가득 채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국자 모양의 놈으로 물을 길어다가 돌 위에 뿌렸다.
스르륵 하얀 연기가 나며 돌이 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사우나 안은 금방 데워졌다.
서서히 몸에서는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우나를 마치고 잠시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며 잠이 들었다.
아직도 우리는 시차 적응을 하고 있을까. 그러다 문득 눈을 떴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이미 짙은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잠들기엔 너무 일렀다.
아직 헬싱키여서 보고 싶은 곳이 많이 남아 있어 다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깔끔한 복장을 하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어둠 속의 헬싱키는 낮보다 훨씬 추웠지만 쉬어온 덕분인지 힘들지는 않았다.
헬싱키의 밤거리를 사뿐사뿐 걸어갔다.
밤이 이슥한 공원을 지나 꽃소리 예배당과 아모스렉스 뮤지엄이 있는 쪽으로 걸었다.
가는 길에 보이던 ‘SUOMI’라는 간판. 여행을 떠나기 전 핀란드에 대해 잠시 공부하다가 이 ‘수오미’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수오미라고 부르는데 핀란드어로 ‘호수의 나라’라는 뜻이다.
우리는 구글 지도에 강피 예배당을 찍고 걸어가는 중이었어 그런 가운데 KAMPI라는 큰 쇼핑몰이 하나 나타났다.
쇼핑몰 앞에는 반짝이는 조명으로 높이 솟은 건물이 반짝이고 있었고 근처에 우리가 찾고 있던 캄피 예배당이 근처에 있었다.
쇼핑몰 앞에는 광장이었고 근처에 우리가 찾던 캄피 예배당이 있었다.
누군가 커다란 나무토막을 세운 것 같았다.
이 건물에는 창문도 없었고 뾰족한 탑도 없었다.
미리 이곳을 몰랐다면 예배당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캄피예배당은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3개의 서로 다른 나무가 11m 정도 쌓여 있다.
조용한 시간 속에서 기도를 청하는 자라면 누구나 개방할 수 있는 곳이다.
예배당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외부만 간단히 찍고 있다.
캄피 예배당을 지나 아모스 렉스 뮤지엄(Amos Rex Museum)으로 향했다.
이곳은 내가 헬싱키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이색적인 초현대적 뮤지엄의 외관이 무척 궁금했다.
넓은 광장 위로 경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덕 모양의 구조물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구조물 바깥쪽에는 작은 타일이 촘촘히 붙어 있었다.
언덕 꼭대기 근처에는 커다란 유리가 달려 있었다.
이 이상한 모양의 언덕이 모여 있으면 마치 외계 행성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모스렉스 뮤지엄은 핀란드 기업인 아모스 앤더슨이 설립한 사립 뮤지엄이다.
역사가 오래된 광장을 보존하기 위해 지하공간을 활용해 전시공간을 만들고 광장 위에는 독특한 언덕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었다.
2018년에 개관한 이래 헬싱키의 명소가 되고 있다.
우주비행선이나 잠수함의 창문의 은하 모양이었다.
마치 우리가 서 있는 공간이 우주나 바다처럼 느껴지는 순간. 뮤지엄 안에 들어가서 밖을 보면 또 다른 기분이 들 것 같아 한낮에는 푸른 하늘이 보이고 창문을 통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언젠가 다시 헬싱키에 온다면 뮤지엄 안에 들어가 전시도 보고 싶다.
광장에 서 있던 나는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신비롭고 몽환적인 기분이었다.
잠시 이곳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인근에 있는 헬싱키 키아스마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rary Art Kiasma)에 들렀다.
이곳에서는 아이슬란드 사진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제 곧 미술관이 문을 닫을 시간이어서 1층만 살금살금 구경하고 아트숍에 들어가 기념엽서 몇장을 사가지고 나왔다.
미술관을 둘러본 후, 길을 가다가 한 작은 무민샵을 만났다.
헬싱키 곳곳에는 무민샵이 있어서 귀여운 무민과의 만남이 아주 좋았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무민 상품을 보고 추위를 풀 겸 식당에 들어섰다.
무민샵마다 구색이 달라서 구경이 아주 즐거웠다.
나는 이곳에서 커다란 하얀 무민 인형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작고 귀여운 무민 인형들을 구경하고 내가 좋아한다는 노트도 실컷 구경했다.
몸을 살살 녹이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잠깐 화장실에 들르고 싶다는 주인의 말을 듣고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다.
큰 건물 안에는 소품 숍, 옷가게, 음식점 등 구경할 만한 곳이 무척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이 쓰인 곳은 꽃을 파는 가게였다.
코끝을 찌르는 향기를 쫓아갔더니 꽃이 가득했다.
마치 한국 고속터미널 꽃시장에 간 기분이었다.
작은 바구니 안에는 색색의 튤립이 종이에 싸여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방 데려가고 싶었지만 내일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참기로 했다.
한쪽에는 카라가 가득했지만 향기가 너무 향기롭다.
꽃을 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두워진 거리를 걸으며 헬싱키의 밤과는 작별인사를 했다.
내일이면 비행기를 타고 당나귀에미로 가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식사는 호텔 근처 한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어. 한식을 먹을 생각에 설레는 발걸음이 가벼웠다.